[Essay] 혼자를 기르는 법
Nov 5, 2021 | Jun 21, 2024
| Ryoon.With.Wisdomtrees
장내기능을 합격하고
근처의 카페에 와서 이 글을 쓰는 중이다.
- 나는 혼자 무언가를 하는것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워홀도 혼자 다녀왔고 공모전도 혼자 준비하고 이뤄냈 으니까. 그런데 사실 그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누군가 같이 무언가를 하자 하면 '좋아!'하고 같이 하긴 하지만 그전에는 혼자 스스로 뭐를 하려 하진 않는. 그리고 오히려 두려움이 많은. 그러나 오늘 운전면허 시험장에 시험보러 온 모두는 혼자다. 친구랑 등록한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혼자다. 혼자 도전하고, 혼자 연습하고, 혼자 감내하고(잘 안되는 운전대를 붙잡고 멘탈을 붙들어 매는), 혼자 시험보는. 너무 당연한 일이지만, 일상 속에서 잘 체감하진 못했던 것 같다. 항상 무언가를 준비할때 같이 하는 누군가가 있었기 때문에. 프로그래밍도 학원의 친구들과 함께 준비한거고. 그렇지만 인생길을 걸으며 혼자 고독하게 무언가를 준비하고 다져나가는 일들이 훨씬 많을 것임을 안다. 또, 같이 함께하면 더 좋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 시간을 투자하여 스터디를 모집하고, 타인과 함께 공부를 하고, 같이 으쌰으쌰하는 구나... 그렇게 서로의 에너지를 주고 받으며 걸어 나가는구나... 남들에겐 당연한 깨달음인지 몰라도 25살적만 해도, 왜 굳이 취업준비를 같이 스터디를 하면서 하지? 시간낭비 아녀? 하며 바라보는 시각이 더 컸는데 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알 것 같다. 별 소득 없어 보이는 시간일지라도, 허탕치는 날들이 많더라도 함께 '연대'했을 때 얻게 되는 심적 안정감과 단단함, 마음의 용기는 꽤나 크게 중요하구나. 그렇지만 누구나, 결정적으로 어떤 선택을 하여 나아갈때는 반드시 또 혼자 몰입하는 시간도 필요하구나.
- 사람과 사람의 사이도 흩어졌다 다시 모아지는, 시간도 집약했다가 다시 풀어내리는. 무엇이든 적당한 조화가 중요하구나 싶다. 너무 느슨하지도 않고 너무 빽빽하지도 않게 약간 탱탱한 실선을 유지하는 것. 그것이 모든 만물에 작용하는 이치이지 않을까 싶다. 언제나 +가 있으면 -가 있고, -가 있으면 +가 있는게 인생이구나.
- 운전면허취득이 아니면 전혀 올일이 없는 온수. 온수는 정말이지 너무 멀다. 오는길 동안 조금 짜증(?)이 난다. 후덥지근하고 꾸불꾸불한 버스를 45분정도 타다보면 요즘 마스크를 써서 그런지 공기도 갑갑하고 목도 마르고 이래저래 불평 불만이 생기게 된다. 그렇지만 또 이점도 있다. 대부분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도 대중교통안에서 생각이 마구 피어오른다. 잊고있던 일정들, 해야만 하는 것들, 하면 좋을 것들이 떠오른다. 긴 대중교통이 좋은 점은 본인은 아무것도 안하고 앉아서 가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물체의 움직임을 인지하며, 동시에 실시간으로 바뀌는 바깥의 풍경을 느끼며 생각을 가다듬을 수 있다는 것. 가만히 침대에 누워있을때는 되지 않던 종류의 발상과 뇌의 움직임이 가능한 시공간이 대중교통 에서의 그것이다.
- 온수 근처의 the brigh house라는 카페를 왔다. 100평대의 공간감이 엄청 넓고 큰 카페. 전면이 통유리창으로 돼 있다. 햇살이 잘 들어오며 층고가 낮지 않고 넓직한 공간. 이런 공간은 정말이지 작업을 하기에 최적이다. 사람사이의 관계이든 물질적인 공간이든 넓직한 공백과 빈칸, 여유가 주어질 때 사람은 창조적으로 변하고 숨쉴 수 있게 된다.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는 것 처럼, 사람으로 빽빽한 지하철 에서 하차 후 한적한 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갈 때의 공기가 상쾌한 것 처럼. 이렇게 넓고, 군더더기 없고 채광이 좋은 카페가 지금 사는 곳 근처에 있으면 좋으련만. 아무래도 온수가 땅값이 조금더 싸서 이런 공간이 가능한건가? 그런가? 싶기도 하고.
- 잠깐 샌드위치 먹다가 다시 글을 쓴다. 내가 제목설정을 혼자를 기르는 법으로 해놨네. 아무튼 혼자를 기르는 법 어렵지 않고 쉽지도 않다. 여전히 터득해 나가는 중이다. 혼자서도 어엿한 덕분에 또 잘 기댈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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