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11.16-11.19. 견진예행 / 자매데이트 / 중3시절 일기

Nov 16, 2023 | Jun 2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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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oon.With.Wisdomtre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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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어제 아몬드 비건 스콘 굽고 작업하고 책읽고 하다가 오전 12시쯤 돼서야 미뤄둔 사이드 프로젝트를하고 있는 중이다. 크롬을 여전히 사랑하는 이유중에 하나는 매일 다른 울림을 주는 모멘텀이 큰 몫을 하는 듯 하다. 오늘의 글귀도 너무 좋아서 바로 캡쳐.
목요일은 견진세례 전의 파견성사 및 견진예행연습이 있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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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그룹나눔도 있는 날이니 만큼, 고마우신 봉사자님께 엽서와 크리스마스선물을 준비해서 갔다.
 
그리고 오랜만에 듣게된 “나는 포도나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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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를 잊고 산지 거진.. 17년?이상 된 것 같은데, 평일 미사 성가대분들의 너무나 holy한 음성으로 이 곡을 들으니 내 육체와 정신 그 자체가 경건해지는 기분이었다.
 
주임신부님이 그날 하신 30분만 할애해서 기도하라등 여러가지 애정섞인 훈계와 잔소리가 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이거였다.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사랑은 믿는거에요. 두려움없이 상처받을 것 없이 이 대상을 온전히 믿어주는 겁니다.” 맞는 말이다.
 
어떤 종교인에게 속은적이 있다. 그러나 내 삶에 수동태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싶진 않다. 피해자의 언어를 사용하면 계속 피해자로서 세계를 인식한다. 능동태의 언어를 사용하자. 시간이 지난 지금은 그냥 그런 "경험을"해서 또 하나 배웠다고 생각한다. 그런 세계도 있다는것을 알게됐으니 덜 순진해져서 좋고 사회적 내공 레벨2+ 됐으니 뭐 길게보면 좋은 경험인거다.
그렇지만 그 당시의 나에게 그 경험은 꽤 충격적이 었기에
1.내가 사랑하는 좋은 사람이자 친구였던 L이 그런 사람이었다니
2.분별력있다고 생각했구나. 내가 오만하고 자만했구나. 그래서 속았구나…
에서오는 후유증은 꽤 컸다. 그 이후로 부터는 오히려 그러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말로 죄를(?)만들어내곤 했는데(주로 종교인들을 얕보거나 비방하는 식의)
돌이켜보면, 상처받기 싫어서, 나의 믿음이 진실이 아니게 되는 것에서 올 수 있는 상처와 상실감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 부러 믿는자들을 나약하다고 납작하게 낮추어 말했던 것 같다. 마음이 가난할 수록 부러 상대방에 대하여 비평이 아닌 비난과 비판을 하기 마련이니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누구보다 믿고 싶어 하면서도 그 믿음의 저 끝 편에서 혹시라도 부서진 진실과 상실을 마주할까 봐 두려워서 내내 회피하며 지내왔던 것 같다. 내가 온전히 믿는 그 믿음의 끝이 사실은 0.1%의 확률로라도 거짓일까 봐. 그러면 내가 무너질까 봐.
 
그러나 처음은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신앙생활 이었을지라도 30대가 된 이후의 지금의 신앙은 스스로의 선택으로 재개한 삶이다. 누군가가 강요하거나 자의 없이 통제적으로 재개된 신앙이 아니다. 주체가 나이다. 내가 믿기로 선택했고, 서투르지만 널리이롭게 도움을 주는 자로 나아가기로 결정했다. 상처받을까봐 걱정하는 두려움 보다는, 온전히 믿고 사랑을 주는 자로 나아가보자.
아무튼
그 날 그렇게 좋은 말씀도 듣고 조금은 어수선했지만 많은 봉사자분들의 도움으로 예행 연습도하고, 마지막 그룹모임도 잘 마쳤다. 참 좋은 사람들이란 것을 알기에… 우리 12월에 다같이 점심식사라도 할까요?라는 말을 꺼내려다가, 또.. 이런 모임 주최하는 그런쪽으로는 영… 센스가 없기도 하고 구태여 잡아두기보다 또 각자 흘러가는대로 자기 삶 속에서 안녕하길 바라며 그냥 마음 속으로 그 말은 고이 간직하게 됐다.
 
그냥 언제 어디서든 주님 은총 함께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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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나눔 시간엔 이렇게 선물을 한아름 또 받았다.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그림으로 만들어진 책갈피 뒤 있던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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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자님이 우리조원 분들에게 사비로 사서 돌려주신 이 “매일의 축복기도”라는 책. 덕분에 안셀름 그륀(Anselm Grun -성 베네딕토 수도회 수사 신부로 독일 상트오틸리엔 대학교와 로마 안셀모 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했다)라는 분도 알게 되고… 이 책은 일주일간의 아침 저녁 기도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는데, 부담없이 읽고 조용히 묵상하기 좋게 이루어져있다. 덕분에 이 책을 받은 날부터, 아침엔 까먹을지라도 저녁엔 자기전 기도를 하고 자는데 이 루틴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ㅋ...아무튼 이렇게 받기만 해서 어쩌지… 이 좋은 행복을 잘 빚어서 더 잘 돌려드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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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참 좋아하는 사람을 만난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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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첫눈은 같이 못 맞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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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난 마제소바와 에비가츠정식을 먹고,
근처 놀숲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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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나의 그녀.
퉁명스러운 뚱냥이의 표정에
그렇지 못한 여리고 귀엽고 앙칼진
그런데 따뜻한 내면을 지닌 고양이 그 자체인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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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본 꽃보다 남자는 말도 안되는 내용 전개와 이래도되나 하는 스토리였지만
클래식은 클래식이라고 너무나도 존잼이었고…
다시 세계적으로 y2k패션이 돌아온 요즘,
패션이나 코디부분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화를 보면서 그 시절 2003~6년도의 패션을 보는 맛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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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해 먹으려고 산 루꼴라와 오이와 몇가지 재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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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를 정리하고,병원에 나서려고 지갑을 챙기자마자 알게됐다. 어제 놀숲에 카드를 놓고왔다는 사실을…
 
그냥 그러는 김에 또 놀숲 가서 3시간정도 어제 다 못본 꽃보다남자를 정주행했다. 근데 남주 지금 다시 봐도 레알 골때림. 근데 그 맛에 봄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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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보면 고 1, 2, 3 끼리 세기의 연애 하고 있다. 웃기고 ㅠ 웃겨 ㅠ 근데 만화를 다큐로 보면 안되니까 뭐 ㅠ.... 근데 웃김. 길티임. 근데 그 맛에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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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서 씻고 야참으로 토마토먹으며 개발하고 매일기도를 드린다음 마무리한 토요일.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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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미사날.
오늘은 저번주보다 참여 인원이적었다.
아무래도 수능미사에 만전을 기하셔서 였을까? 아무튼 오늘은 총회가 있는날이었다. 생각보다 훨씬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 총회에 놀랐고… 여러가지 이해관계가 섞인 면모도 보았다.
그러면서 새삼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오래도록 이 봉사를 해온 교사회 선생님들을 존경하게 됐다. 나보다 훨씬 어른같은 부분도 보았다. 부디 이런저런 것들이 잘 해결되고 다음 해에도 무사히 초중고등부 주일학교가 잘 이어져나가기를. 나 또한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생님으로 거듭나기를. 그냥 바래본다. 너무 큰 바람은 기대하게 되니까. 그냥 조용히 작게.
 
 
미사가 끝나고는 오랜친구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고 두시간 반 정도 상담을 해줬다. 나는 정말로 이 친구가 기쁘고 복되고 줄 수 있는 삶을 살아 나아가길 바란다. 내가 그랬으니까 친구도 가능할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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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지만 나는 3n살 먹고도 아직 어리숙하고, 능숙하지 못하고, 머쓱하고, 어영부영인점이 많은 얼레벌레 인간인걸 안다.
내안에 악 만큼 내안의 선 또한 잘 알고 있다. 하하… 그러나 이제는 그 또한 나임을 알고, 나의 그런 점도 사랑하게 됐다.
어렸으니까 가능한 용기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시절의 나를 존경한다.
이제는 그러기 어려워졌다. 여전히 분노가 일때가 있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내가 용기낼 수 없고 정의로울 수 없는 상황이나 이슈나 사건들을 모른척 회피하고 내 일상을 돌보는데에 더 골몰할 때가 훨씬 더 많은 채로 변하게 됐다.
그래서 이제는 나 나름의 방식으로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과 용기를 줄 수 있는 방법으로 도우려한다.때로는 그 방법이 괴팍하고 세련되지 않고 퉁명스러워서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타인이 자신을 도우려 한다는 것을 못 알아 채더라도... 돌려받기 위하여 건내는 사랑 또는 도움이 아니니까. 그냥 몰라도 괜찮다.
근데 그 과정에서 또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타인은 나를 오해하게 되겠지만. 나 자신에게의 존중과 나의 연대, 공동체, 뿌리, 타인을 향한 존중은 단기적으로도 장기적으로도 윈윈이다. 그래서 쉽지 않겠지만. 쉽지않더라도. 노력해보자. 그러다가 지치면 또 잠시 멈추거나 그건 그 때 가서 또 알게 되겠지.
 
그런데 아무튼
생각해보면 새삼 난 그때 부터 존중과 장애인, 약자인권에 조금 예민했던 것 같다. 뭐 대단하게 선하거나 의로웠다기보다 그냥 나도모르게 그랬던 것 같다. 그 때 부터 어렴풋으로나마 나 또한 한 명의 인간으로서 약자이자 장애인일 수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기에 그랬던 것이었을 수도 있다.
그 때 짝꿍이던 지체장애&자폐학우를 보호하고 선생님에게 종례시간에 공개적으로 알리고 난 후, 무슨 인소에나 나올법한 그런 일들, 남자애들에 의해 책상에 검은색 크레파스가 칠해지고? 문자로도 이상한 협박 메시지를 받았었다. 그런데 그렇게 얍삽하게 굴면서도 나의 앞에서는 말 한마디 못걸고 주동자였던 일진 남자아이는 나를 피해 복도를 다니고 내가 있을 땐 쉬는시간에 그 학우를 괴롭히지 못했다. 그 아이에게서 수치심과 불안함, 두려움, 전전긍긍함의 얼굴을 보았다. 미안함의 얼굴은 보지 못했다. 그 일진남자아이는 B를 괴롭히게 되지 못하니 다른 일반남자아이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냥 세상에는 그런 인간도 있다는 것을 그 때 겪었다.
선생님은 나를 조용히 따로 불러 용기내주어 고맙다며 앞으로도 B를 세륜이가 지켜주고 옆에서 보호해달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더 도와줬다. 중간에 B가 나를 좋아하게 됐고, 이 아이는 친절과 사랑을 구분하기 어려워서 이러는건데 B가 그걸 알리가 없고... 이상한 행동을 하진 않았지만 무작정 나를 좋아하니 그걸 감당하기는 내 멘탈은 쪼금 벅차기도 했고? 어휴 ㅉㅉ하고 그냥 수업에 집중하려고 해도 유치한 남자애들이 B가 나를 좋아하는거 같다며 그 상황 자체를 '조롱'으로 우화시키니 그게 더 짜증나기도 했고. 근데 당연 B는 자기가 그런 인격적인 대우를 겪는거 인지조차 못하고. 나는 이 원숭이들의 행태에 더 분노했고. 그런데 뭐 만 15살 소년의 정신연령 발달은, 원래 그 나잇대의 남성은 여성보다 정신 정서적 발달의 속도가 느리다( 나중에야 알게된 과학적 진리이지만).
지금에야 상대의 납작한 인격적 행태에 분노하기보다(여전히 발끈할 때가 더 많지만) '아 저 새끼 노답이네...' 하고 그냥 조용히 거리를 두는게 가능해졌지만. 그 때 내가 그런걸 할 여유가 되는 인간이었나? 노오... 나도 원숭인데 아직 사회화 과정 진행중인데 그런 여유따위 있을리가 없다.
그래도 지금 세상에서 벌어지는, 드러난 학폭이슈들과 비교해보면 그렇게 갱생불가할 정도로 나쁜소년들도 아니었다. 나에게 신체적으로 함부로 하거나 폭력을 가한적도 없다. 그냥 발신자불명 문자공격에 책상에 유치한 욕설을 적어놓거나 쓰레기를 넣어놓는 그런 정도였다. 그것도 스레기도 이쁜쓰레기ㅠ ㅋ.....욕도...애써 힘을낸 욕..ㅠ......이궁.
따로 일대일로 불러내거나 패싸움을 걸어오지도 않았다. 그냥 주변을 어슬렁 거리며 타격감 레벨2정도의 약한 공격만 하며 동시에 내 눈치를 보던 말티쥬들이었다. 그런데 나도 참 나인게 그때도 'ㅋ 유치하노& 근데 왜 귀엽지'라고 생각하며 은근 그 상황이 웃겨서 조금 즐겼던 기억도 난다. 물론 분노할 때는 분노했지만. 그런데 즐길 수 있었던 것은 대부분의 여자 친구들이 나를 보호하고 감싸주고 내편이 돼어줬기에 가능했던 것일 수도 있다. 아무 조건 없이 나를 지켜주던 그 친구들 덕이 더 크다.
또한 그 괴롭힘은 채 한 달이 가지를 못했다. 갑자기 내 눈치 볼거면 왜 괴롭히는지...ㅋ... 똘망하고 겁먹은 생기어리면서도 두려움으로 가득찬, 그러나 애써 의연한 척 하려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서툴게 서툰방식으로 화해를 건내던 검은 말티쥬 같았던 소년들을 기억한다(그리고 실제로 귀엽게 생겼었음). 내 앞에서 과시적으로라도 B의 체육복을 챙겨주고 준비물을 챙겨주던 소년들을 기억한다. 과시라도 어디냐. 그것 조차 안되던 때도 있었는데.
그냥 어리고 서툴고 연약하고 바보같고 잘 모르고 경솔하지만 미숙했던 소년들이었다. 나 또한 미숙하고 서툴고 분노하고 경솔한 소녀였다. 돌이켜보면 내가 꽤나 많이좋아하던 나의 반이기도 했다. 오히려 그 사건이 있은 후에 반 학우들끼리 더 돈독해지고 겨울방학 때 다 같이 스티커 사진도 찍고 롤링페이퍼 남기고 우리 성인돼서도 꼭 보자 ㅠ 이러고(성인돼서도 보긴했지만) ㅋ.....
그냥. 귀엽고 웃기고 따뜻한 천둥벌거숭이들이었던거다. 중3이 그렇지뭐. 중3은 마일드 버전이고 나중에 돌려돌려 랜덤으로 입학한 인문계 고등학교의 탈을 쓴 마라맛 일진들이 더 마라맛이어서 중3시절을 귀엽게 미화하는 걸 수도? 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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