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11.23-11.30. 견진 / out of 유교 / 자기결정 일기

Nov 23, 2023 | Jun 2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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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oon.With.Wisdomtre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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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멀리서 와준 나이 많으신 부모님께 차가 밀려서 30분이나 늦은건 이해는 한다만, 왜 변명부터 늘어놓으며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를 안하냐고 화를 냈던 그 날. 이렇게 늦어질 꺼면 늦어질 것 같다고 미리 전화라도 하지 이게 뭐냐고, 넉넉히 일찍 출발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혼자 식당에서 삽십분을 기다렸다고. 사과부터 해야하는 거 아니냐고. 하나도 안미안하냐고.
 
‘아니 사람이 ~~ 좀 ~~하다보면 ~~할 수도있지~~’하며 되려 역정을 내며 상대를 프레스기로 박멸해버리는 듯한 납작한 태도로 대하는 기성세대의 어른들도 참 많은데. 중요한 이벤트를 앞두고 감각과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서 날선 모습으로 화내는 자식에게 뒤늦게라도 연신 미안하다 말하고 감싸안아준 나의 부모님. 알고보니 그 날 정말 차가 무지막지하게 막혀서 대주교님도 40분이 늦게 도착하게 돼셔서 식사도 제대로 못했다는 말을 미사가 끝날 때 쯤에서야 듣게됐다. 나는 그제서야 알았다. 아 그래… 오는길이 참 힘드셨을텐데 내가 참 못났다. 또 사랑으로 감싸주셨구나.
 
내가 태어난 이후로부터 쭈욱 받아왔으나 뒤늦게 알아차리게 된 사랑의 갯수가 나이가 늘어감에따라 다행히도 조금씩 늘어날지라도, 그래서 조금이나마 주신 사랑을 갚아나갈 수 있게 될지라도, 나는 바로 오늘 또 못 알아챈 사랑을 적립하겠구나 싶었다. 앞으로도.
 
아무튼 노인복지가 열악하다는 것에는 그렇게 불같이 분노하며 역정내면서 정작 가장 나의 최측근 노인(?)에게는 다정하고 세심하지 못하다니….
 
그 날의 행태는 '탁상공론하며 선비인척 대의를 위하는 척하는 선민의식 오지는 실정은 뛰지 않는 늙은이들' 하며 내가 까내리던 그 정치인들과 다를바가 뭐냐 싶더라. 나도 참 남 욕할 것 없구나 싶었다.
 
휴. 아무튼 그렇게라도 어영부영 저녁을 먹고 근처 카페에가서 잠시동안이라도 얘기를 나누다가 성당에 갔다.
 
그리고 긴장과 경건함속에서 무사히 견진세례도 받았다. 4~60대 어른들 조차 긴장하시며 준비한 이벤트인지라 봉사자들과 120여명의 견진세례신자들과 다른 구성원들 모두 긴장이 역력했었다. 가장 큰 어르신인 대주교님과 주임신부님 마저 근엄했더라면 참 어땠을까 싶은 이벤트 였는데 두 분 덕에 간간히 미소와 웃음이 또 만개할 수 있었다.
 
 
이상하리만치 추운 날이었다. 중간 단계이자 과도기를 한참 지나서 이제는 한 분야에서 그 통달쪽에 가깝게 자리하는 숙성된 어른이 띄는 경직되지 않은 어떤 여유와 너그러움을 대주교님과 주임신부님에게서 느낄 수 있었다.
 
 
아직 숙성되지 않은 시간을 지나고 있는 자는… 뭐 나 또한 마땅히 인간으로서 그러하니까 나보다 꽤나 어른임에도, 그 안에서 인간이 지니고 있는 어떤 일그러진 부분과 못마땅한 부분을 발견할지라도, 그 역시 나 또한 그 부분을 내재하고 있는 인간이라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니, 그저 관찰하고 지켜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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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반쯤 시작된 미사는 10시반이 돼서야 끝났고, 부모님은 택시를 태워 본가로 보내드리고 은은과 나는 나의 자취집에서 자기로 했다. 긴장이 풀린 틈으로 배고픔이 밀려온 밤, 오랜만에 떡튀순 먹으며 도란도란 수다 떨다가 폭 잠든 밤.
 
11/24
아침에 일어나보니, 매일 아침 참여하는 모임에서 진행하는 아침기상미션을 해야한다길래 은은이 무엇을 하나 지켜봤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이런글을 적어놓고 갔다. 츤데레 김첨지 나의 귀여운 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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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이른 아침을 연 후, 은은을 따라 은은동네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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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단발로 다시 머리를 자르고,
스타벅스에 갔는데 이상한 빌런을 만났다.
 
화는 났지만 그냥 안엮이는게 상책이다 생각하고 우리 둘의 대화에 다시 집중하려고 했는데 알고보니 그 동네 네임드(?) 빌런이어서 직원들이 연달아 우리쪽에 와서 많이 번거로우시겠지만 제발 고객문의로 강력한 VC를 넣어주면 안되겠냐는 부탁을 하시더라. 제발 그래주시면 너무나 감사하겠다고… 그동안 얼마나 당하셨으면…!
 
어느덧 이상한 행패를 부린 그 사람 좌우로 한창 바쁜 시간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모두 슬금슬금 사라지는 것을 보았고, 이 분야 전문가인 은은은 사실을 나열하면서도 직원의 입장과 손님의 입장을 고루 대변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이 글을 마주할 본사측이 파트너 분들과 고객들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요점 또한 모두 합리적이게 명시한 명문을 고객의 소리에 남겼다.
 
 
새삼 나의 은은이 글을 잘 쓴다는 것을 원래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이렇게나… 이정도일줄은!
 
그 글을 읽으며 연신 “언니는 변호사를 했어야 했나봐 진짜… 오진다는 말 밖에 안나와 감탄 그자체”라며 감탄을 남발했다.
 
내가 새침한 츤츤냥이자 나의 분홍피글렛이라고 모에화할 뿐...은은 존나 강하다. 멋지고. 듬직하다. 지켜주고 싶을 때도 있지만.
은은네집으로 가서, 은은이 만들어주는 수제 샌드위치를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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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집을 탐색하다 발견한 이 책.
90년대에 이런책을 쓴 용자가 있다니 ㄷㄷㄷ… 물론 이 책에 나오는 모든 내용에 다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에 공감을 했다.
 
‘이런책을 90년대에 내다니 이사람도 진짜 난 사람이다. 용자다.’라는 말을 은은에게 했더니 실제로 이책을 내고 이 분 이민가야할 정도로 시달렸다고…ㄷㄷㄷ
 
 
‘이 책이 나온게 90년대 후반인데 여전히 2023년인 지금도 이런 문화는 만연하네’라는 말을 은은에게 했는데 은은도 똑같이 그런생각을 하고 남편에게 말했다고 한다. 참… 웃어야 할지 슬퍼해야할지 하하.
 
 
정말 솔직하고 적나라하고 신랄한 내용들이 더 많은데 그래도 추리고 추려서 상대적으로 덜 신랄한 내용들을 찍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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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어떤 상사에게 이런 질문을 했던게 기억난다.
왜 항상 신문 뉴스 헤드라인도 그렇고, 모 아이돌그룹의 노래 가사도 그렇고 '세계가 우리를 주목해' 라며 언제나 외부 서방국가에게 인정받으려 하고 관심을 호소하고 그들로 부터 인정받지 못하면 안되는 것 처럼 구냐고.
 
'세계인으로 부터 사랑받는 일본'에 집착하며 호소하는 일본과 다를바가 뭐냐고. 왜 자기자신으로서의 존중보다는 남으로부터의 인정에 그 주도권을 주며 목말라하듯 애원하냐고.
 
그러자 그 상사는 ‘우리나라뿐이 아니라 다른 나라도 다 그렇구 모두 그래’- 라고 답해줬다.
 
나는 아직 그가 내린 정답이 나에게도 정답인지는 결론짓지 않았다. 진짜 그러한가? 아닌 나라도 겪었는데. 내가 겪은 나라와 도시는 내가 착각한 것인가? 아님 단순히 일부 시대였을 뿐이었던가? 모르지.
내 나이가 그때의 그의 나이인 43세를 넘어서도 여전히 그 질문을 기억한다면 그러면 그 때 나의 답을 내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2010년대 초반에도 그러했지만 2010년의후반으로 갈수록 사회문화가 변해가는게 몸으로 느껴졌었는데(여전히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했지만), 나라와 그 구성원의 유기체가 자신 스스로의 자존을 건강하게 이뤄나가는 그 과정에 입문하여 중간단계를 지나가고 있는 것이 느껴졌었는데, 2022년도 부터 다시 90년대로 회귀할 수도 있다는 것에 어이가 없다.
 
 
불가능한 현상이 아님은 알지만, 그래도.
그냥 내가 내나라에서 겪으니 머리로는 알아도 마음은 어이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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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주변의 공무원 지인들로 부터 듣는 얘기를 들어보면 그 사회는 여전히 80-90년대의 상태값을 유지하는 것 같이 들려서 매번 지인들을 위로하게 되지만…
 
 
다행인것은, 내가 보기에 저 내용을 잘 추구하는 기업들이 2015년도 이후로는 꽤 많아졌다는 거다. 정확히는 저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을 리더가 일부러 구축한 스타트업들이 10개 안쪽이지만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우려와 달리 어떤 기업은 10~40대 사이의 연령이라면 모두가 아는 그런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도 목격했다. 어떤 수식어가 필요 없는 완전한 승리를 거둔 후 그는 지금 후학을 양성중이다. 그 기업의 사내문화가 여전히 괜찮은지는? 이제는 관심 없어서 모르지만.
하지만 어찌됐든 여전히 스타트업이라는 껍데기 안에 그냥 고인물 문화 파티인 기업들이 더 많은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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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마음은 유리와 같아서, 언제나 상대의 마음은 훤히 들여다 보이고 상대의 거짓과 가식은 훤히 들여다 보이지만 정작 자기 자신은 진실되거나 솔직하지 못하고 생존을 위한 거짓된 사치적 형용사를 외투로 입게 된다는 것을 잘 표현한 문장….
 
최근 몇 몇 어른들에게 느꼈고, 지인모임에서도 몇 몇에게 느꼈다. 나 또한 나 모르게 자주 그러했을거다. 내가 더 더 변해야 내 주변이 변한다.
 
내가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인간이어야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인간들과 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가식적이면 내 주변도 가식적일 수 밖에 없다.
걍... 남탓해서 뭐하랴 나부터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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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이란 나의 좋은점, 부족한점, 여리고 열등한 점을 모두 인정하고 존중하고 직시하고 그로부터 발전해나갈 때 건강해진다.
 
그런 개개인들이 모여 나라를 이룬다면, 나라가 지니는 자존의 띄와 색깔과 행태 또한 건강하겠지. 물론 명암이 있겠지만, 지금 그런 자존을 띄는 나라들도 우리나라와 같은 과도기를 거쳐서 이르게 된 결실이지만.
바이더웨이.
역사의 인물들은 사라졌는데, 그 뒷모습을 찬찬히 살펴볼 수도 있게 됐었었는데(?)
요즘의 우리나라는…음....
 
아니다.
우리나라 전체가 그러한 건 아니지.
일부일지라도 귀한 개개인들이 또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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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고 화가날때는 역시 귀엽고 무해한 동물친구들이 최고다.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
 
 
기억이 뒤숭숭한 11.25~11.31의 사진으로기록하는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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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는 무엇을 쥐고 무엇을 놓을지를 안다.
그렇지만 그 또한 경험하였기에 알게되는 경험적 자산임을 이제는 안다.
현자이려 한다고 현자가 되지 않는다.
경험속에서 헤엄쳐 나와야 얻을 수 있는 지혜가 2그램 정도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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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마주하는 모든 책, 문장,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공통된 그 무엇은 자기선택, 자기주체, 자기결정의 삶이다. 눈치는 사람을 억울하게 만들지만, 배려는 사람을 너그러이 만든다. 자기 자신에게 억울해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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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상태를 만드는 것에는, 건강한 육체, 좋은 수면, 좋은 주거환경(부동산만을 말하는 것이 아닌 집안의 상태), 좋은 책, 좋은 인간관계등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내가 요즘 루틴으로 나자신과의 관계에서 잘 지키는 것이 있다면, 정성껏 요리하여 식사하는 것. 나의 사는 환경을 온화하고 조화롭고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 좋은 수면을 유지하는 것 정도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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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요리하고 난 후에 사진찍는거 귀찮아서 까먹을때가 많은데 자주 찍어둬야지. 나라는 사람이 차곡차곡 보내는 일상의 기록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징.후후.
 
 
 
[Life] 북토크 / 신논현 데이트 일기[Life] 편지와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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